“목사님, 이유를 모르겠는데 요즘 마음이 너무 우울해요.” 목회 상담 현장이나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호소 중 하나입니다. 정체 모를 우울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그 고통을 드러냅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공허함, 예전엔 즐거웠던 일들이 아무런 의미 없게 느껴지는 무기력증, 혹은 책 한 페이지를 읽기 힘들 정도로 흩어지는 집중력까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렵고, 밤에는 정작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자신을 ‘우울증’이라 단정 짓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충분한 상담으로 검토 없는 성급한 자기 진단은 때로 약이 아닌 독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은 우울증입니다”라는 명확한 진단명이 주는 해방감이 있습니다. 내 고통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는 안도감이죠. 그러나 동시에 “나는 환자니까 의욕이 없는 게 당연해”라며 자신의 상황을 고착화하고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인의 다각적 이해’입니다. 특히 우울감의 원인이 마음이 아닌 ‘몸’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몇 년 전, 한 성도님이 상담을 요청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본인의 증상을 ‘영혼의 몸살’이라 표현하며, 과거의 상처와 최근의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한 것 같다며 스스로를 진단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상담가로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퍼즐 조각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건강검진을 권유했고, 몇 주 뒤 결과는 뜻밖에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습니다. 적절한 의학적 처방을 받은 후, 상담이 무색할 정도로 그분의 우울 증세는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수면 부족, 운동 결핍, 심지어 비타민 D 부족과 같은 신체적 요인들이 우울증과 흡사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곤 합니다. 이는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원리입니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시편 139:14).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영혼과 육체가 긴밀하게 결합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전인적인 존재(Holistic Being)인 우리는 몸이 아프면 마음이 가라앉고, 마음이 무거우면 몸의 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앙이 부족하거나 마음의 병이 생겨서 우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우리 몸의 질서가 잠시 무너졌을 때 마음이 자신을 돌봐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원인 모를 우울함으로 긴 터널을 지나고 계신가요? 마음을 살피기에 앞서,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당신의 육신을 먼저 돌보아 보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가장 영적인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크리스찬저널(https://www.kcjlog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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